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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신규 입사자 분들이 팀에 합류하면서 내가 느낀 것들을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로 쓰는 글

개발공주 2021. 12.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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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반년 동안은 우리 주문 결제 팀에서 FE를 담당하는 사람은 나 포함 두 명이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새하얀 신입으로서 5년 차 동료분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었고,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동료에게 물어보면서 촉박한 개발 일정에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었다. 타 부서 분들과도 원만하게 협업하며 잘 지냈고, 또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교육비를 의미 있게 활용하며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고 있었다.

최근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 프론트 파트에 두 명의 경력직 분들이 합류하셨다. 새 동료들은 우리 조직에 적응하고 있고 나도 그들에게 적응하는 중이다. 아직 4명으로서의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기는 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슬슬 내가 지금까지 업무에 적응하고 협업하는 방향이 맞았나 의구심이 들면서 머리가 띵할 만큼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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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현타 오는 점은 내가 몇 개월 동안 사용방법을 익히지 못했던 툴을 새로운 동료들은 첫 주에 물어본다는 점이다. 변명을 하자면 내가 그걸 처음부터 물어보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개다. 내 유일한 동료가 항상 바빠 보였고, 다 몰라서 이것부터 물어봐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고, 처음부터 그 툴이 필요한 업무를 맡지 않았고, 그 툴이 필요해질 때쯤 동료한테 물어보려고 하면 동료가 별말 없이 알아서 업무를 처리해줬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 내가 직접 처리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새 동료분들은 들어오자마자 업무에 관련된 툴을 모두 물어보고 우리를 따라 사용해보려고 했다. 당장 업무에 필요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바로 문서화했다. 나는 이 회사에 왔을 때 너무 광범위하게 알아야 할 게 많다 보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범위부터 점차 업무 역량을 넓혀가자고 생각했다. 몇 개월 동안 내 업무 역량의 범위에 그 툴까지 포함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초반부터 숙지하고자 한 것들을 보니, 혹시나 그동안 내가 그 툴뿐만 아니라 업무 전반적으로 우선순위를 잘못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닐지 의심하게 됐다. 내가 신입으로서 응당 해야 하는 것들을 놓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 부끄러워졌다.

 

또 다른 충격지점은 나는 그동안 동료의 업무 스타일을 군말 없이 따라가고 있었는데 새 동료들은 새로 오셔서 우리 프론트엔드만의 개발 문화를 개선하고자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또 변명부터 하자면 내가 동료의 개발 능력치와 경험을 믿기에 나도 어서 따라가겠단 마음만 컸던 데다, 단둘이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 이미 업무분담 잘하고 있는데 딱히 그런 개발 "문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차 3명, 4명으로 늘어나니 기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동료는 이에 동의했다.

따지고 보면 새 동료분들이 개선하고자 하는 것들은 문서화를 좀더 꼼꼼히 하고, 커밋 메시지 방식을 맞추고, 서로 코드 리뷰를 더욱 신경 써서 하는 등 나도 머리로는 다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단둘뿐인 프론트엔드 파트끼리라도 앞으로 인원이 많아질 때를 대비해 개발 문화를 만들고 개선하려 목소리를 냈어야 했나 하는 현타가 진하게 왔다. 이 조직에 들어오면서 꼭 좋은 영향력을 미치겠다고 다짐했는데, 기존 방식에 순응할 뿐 내 동료에게 특별히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겠다고 생각하니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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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채널을 대충 넘기다가 본 연예대상에서 양세찬이 버라이어티 최우수상을 탔다. 수상 소감으로 런닝맨에 출연한 초반 4년 동안 본인도 웃기고 싶었고, 큰그림도 그리고 싶었고, 내 포지션이 뭘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엄마한테 저 말 내 상황이랑 너무 똑같다고 이야기하곤 목이 조금 막히는 것 같아서 티 나기 직전에 입을 다물었다ㅋ. 지금 내 복잡한 심경을 알고 있는 엄마는 아직 넌 10개월짜리 신입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고 앞으로 경험을 쌓으면 된다고 다독여 주셨다.

새 동료분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시는 게, 단지 적응을 돕고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인원이 예전보다 많아져서인지, 경력직이라 입사 초반이라는 기간을 이전에 경험을 하셔서인지, 연말 회고 시즌이라 개선할 점이 더 드러나는 건지, 아니면 저게 그냥 당연했던 건지 너무 혼란스럽다. 그래도 내가 지금 고민하는 많은 것들 중에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도 있을 거다. 양세찬도 오랜 기간 절망적인 순간을 이겨내고 정말 노력해서 해냈으니까, 나도 이번 경험을 계기로 조바심 내지 않고 열심히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경력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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