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다이어리

무기력함의 원인이 뭘까 고민하면서 개똥논리 펼치는 글 본문

일상

무기력함의 원인이 뭘까 고민하면서 개똥논리 펼치는 글

개발공주 2021. 9. 19. 21:54
728x90

지난 몇 달 동안 사회성이 떨어진 느낌이 든다. 나도 모르게 내 의견을 상대방이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꾸준히 주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서 신나게 노는 걸 돌이켜보면 심각한 정도로 호전적이지는 않은가 보다. 그냥 내가 생각할 때 옳다고 생각하면 그걸 상대방이 한 번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큰 듯하다. 다양한 사람을 활발하게 만나지 못해서 그런가, 이러다간 타고난 긍정적 마인드마저 잃을까 겁난다. 원래도 말투가 똑부러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자칫하다간 상대방이 내 말투를 공격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기분이 좋지 않음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더 내 기분에 잠식되는 느낌이라, 최근에는 무조건 내 방을 나가 근처 카페에서 일과 공부를 한다. 기운을 내기 위해 자주 달달한 케이크를 먹기도 한다. 몇 시간 후 집에 돌아오면 도돌이표가 되지만, 나가 있는 만큼은 온전히 그날의 목표에 몰두하게 돼서 마음은 가볍고 뿌듯함만 남기고 온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집에서 기분이 안 좋고 계속 누워있고 싶은 생각이 드는 원인이 무엇일지, 다른 사람들이 우울감을 겪는 원인들을 내 상황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았다. 

 

1. 일과 휴식의 구분이 없어서 여유를 즐기지 못함?

오랜 재택근무로 일과 휴식의 경계가 사라져서 퇴근 시간이 지나도 더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가 잠들기는 한다. 사수가 근무시간 외에는 일하지 말라고 해서 몰래 조금 일한다. 유일하게 내게 여성탈모 조심하시라고 단단히 일러두는 분 되시겠다. 하지만 주말에는 잠에서 깨어 놓고 늦장 부리기도 하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내내 유튜브만 보기도 한다. 친구들을 꼬셔내 날짜를 잡고 호캉스를 가거나, 드라이브를 다녀오기도 한다. 가족이랑도 종종 국내 여행을 짧게 다녀온다. 그 정도면 여유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SNS 속 지인들의 자랑거리를 보고 부러워짐?

그건 아닌 것 같다. 왜냐면 SNS에 올리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코로나 시대가 시작하고 나서, 백수였던 나는 취미로 디저트를 만들어 예쁘게 셋팅하고 인스타에 올리기 시작했다. 디저트 하나를 만드느라 테이블 주변이 엄청나게 지저분해져도, 사진에는 완벽한 구도와 예쁜 보정으로 포장된 멋진 디저트만 담긴다.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고 내 능력을 칭찬하고 부러워했다. 디저트뿐만 아니라 내 일상이 별로 안 멋있어 보이는 걸 굳이 올리지는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거니 하며 별로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찐으로 잘 돼서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친구 잘 둔 것 같아 뿌듯하다.

 

3. 내 현재 상황이 불만?

나를 적당히 아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니가 뭐가 불만이 있겠냐고 하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누구나 고민거리가 있다. 내가 평생 해결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고, 또 당장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니다. 또 여러 가지 말 못 할 사정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반은 만족하고 힘을 얻는 이유가, 그 사정들을 제외하고서는 나는 나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난 백수생활이 2년으로 꽤 길었지만 그동안 너무나 다양한 경험으로 배웠고 내 경계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누구와 대화를 하든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나는 서른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당장 이렇다 할 경력이 1년도 안 되고 연봉도 만족스럽지 않지만 평생 공부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작년에 3시간 자면서 공부한 걸 생각하면 난 내 상황을 언제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론 그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나를 채찍질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4. 사람을 못만나서 사회성이 떨어짐?

이게 원인이 맞았으면 좋겠다. 내가 땅굴 파는 원인을 상황 탓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지낸 지 조금 된 친구가 있는데, 내가 알기론 그 친구네 회사가 재택근무를 한 지 1년 반 이상은 되었을 것이다. 그 친구가 이야기하길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내내 집에서 말 한마디 안 하고 혼자 있다 보니 우울감이 와서 힘들다고 했었다. 그땐 내가 백수였기 때문에, 내심 내가 원하는 직장에 들어간다면 그런 우울감 따위 상관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니 돌아버릴 것 같다. 출근해서 회사 동료를 매일 만났을 때는 매일 아침 거지같이 입고 나가더라도 사람들과 함께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어제 못다 한 이야기를 해볼까, 그때 서운했던 걸 술자리에서 이야기할까 생각이라도 했을 텐데 지금은 못한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꼴로 회사에 나가서 타노스 된 사무실 인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많이 주고받고 오는 것 같다. 재택뿐 아니라.. 여럿이서 다 함께 친했던 모임들이 코로나를 핑계로 점차 공중분해되는 과정을 보면서 허무함도 느낀다. 제발 10월부터는 괜찮아지길 바란다.

 

 

글을 쓰다 보니 내 무기력함의 원인이 아닌 것 같은 것들도 어쩌면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공부 시간과 휴식 시간을 명확히 하고, 쉬는 시간에는 아예 vscode를 쳐다도 보지 말아야겠다. 대신 마냥 놀기에는 내 자신이 오히려 초조하고 마음이 불편할 것 같으니, 책을 읽거나 예전에 그만두었던 취미생활을 조금씩 시작해보려고 한다. 또 인스타 앱을 지우고 일주일 간 생활하려고 한다. 앱 지웠으니 지금부터 일주일 세어야겠다..

728x90
Comments